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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터포럼] K-스타트업, “미국 시장 와서 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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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일에 걸친 해외 탐방 프로그램을 끝으로 2014년 ‘글로벌 K-스타트업‘ 프로그램이 마무리됐다. 글로벌 K-스타트업은 미래창조과학부와 인터넷진흥원(KISA), 구글 등 IT 기업이 손잡고 한국 스타트업이 세계 무대에 진출하도록 돕는 지원 프로그램이다. 수백개 지원팀 가운데 40곳을 뽑아 5개월 동안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도록 도왔다. 5개월 뒤 이들을 다시 불러 모아 발표 대회를 열고 그 가운데 가장 글로벌 시장에 적합할 것 같은 스타트업 6곳을 추렸다. 이들은 지난 10월26일부터 11월9일까지 2주일 동안 미국 실리콘밸리와 뉴욕, 하와이 등지에 방문해 글로벌 무대에서 성공적으로 오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뉴욕 일정을 마치고 하와이로 이동을 앞둔 11월5일 새벽(현지시각), 올해 글로벌 K-스타트업 해외진출 프로그램에 참가한 스타트업 참가자 7명에게 참가 소감을 들어봤다. 최지원 초코페퍼 대표는 캘리포니아 일정만 마치고 미리 귀국해 이 자리에는 함께하지 못했다.

GlobalKStartup_2014_day10_20

  • 일시 : 2014년 11월5일 새벽 1시
  • 장소 : 미국 뉴욕주 뉴욕시 홀리데이인 익스프레스 맨해튼 웨스트 사이드
  • 참석자 : 강병규 제노플랜 대표, 이강범 제노플랜 마케팅팀장, 김동혁 노티보 대표, 김진하 캐주얼스텝스 대표, 이준호 프라미솝 대표, 정상화 5시30분 공동대표, 천영진 5시30분 공동대표, 안상욱 <블로터> 기자

안상욱 블로터 기자 : 이제 해외 진출 프로그램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처음 들어올 때 기대했던 바와 지금 느낀 바가 좀 다른가?

정상화 5시30분 공동대표 : 뭘 기대할 만큼 정보가 사전에 없었다. 해외 진출이라는 것도 막연했다. 사실 나는 상금에 목 매고 있었고.

막상 나와 보니 꿈이 커졌다. 이게 제일 고맙다. 나와 보기 전에는 한국에 있는 작은 스타트업으로서 ‘우리 서비스로 얼마나 많은 이용자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 이렇게 짧은 생각만 하다가, 여기 와서 진짜 큰물에서 고객을 만나고 이들과 커뮤니케이션해보니까 이들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때마침 우리 제품에 해외 이용자가 들어오면서 좋은 피드백을 주고 있다. 아이폰 이용자가 우리 콘텐츠를 좋게 생각하고 지불을 하니까 이 시장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아이폰6′도 샀고. (웃음) 이런 작은 체험 하나하나가 쌓여 이 시장은 다르다는 걸 결험한 게 가장 크다. 우리 제품을 이 시장에 내놓으려면 미국 시장을 더 많이 공부해야겠다.

천영진 5시30분 공동대표 : 여기 와서 다른 6개 팀과 팀워크가 많이 생겼다. 한국에서는 만나도 이렇게 길게 만나기 힘든데, 여기서는 2주 동안 우리를 묶어놓으니까 좋다. 이제 한국에 돌아가서도 서로 더 자주 연락할 것 같다. 이제 서로 시시콜콜한 것까지 많이 아니까.

정상화 대표 말대로 꿈이 커진 것 맞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 지금 당장 넘어야 할 산이 더 뚜렷하게 보이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영어공부가 정말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웃음) 그리고 네트워킹을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귀를 쫑긋 세우고 여러 사람 얘기 많이 듣고 같은 업계에 있는 사람과 교류를 많이 해야겠다는 거다.

사실 한국에서 스타트업 처음할 때 막연하게 ‘미국에 오면 잘 될 거야. 미국 진출해야 해’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 우리도 ‘렛츠폴드’ 처음 만들 때 ‘우리는 글로벌형이야’ 하고 만들었는데 그때는 막연했던 것 같다. 이제는 어떤 단계를 밟아야 할지 배운 것 같다.

강병규 제노플랜 대표 : 사실 미국에 오기 전까진 여기 오는 걸 보상으로 생각했다. 나도 이강범 팀원도 지난 5개월 동안 정말 많이 달렸기 때문에, ‘좋은 시간 보내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왔는데 샌프란시스코 도착함과 동시에 이건 기대가 산산이 깨졌다. 첫날부터 한국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웃음).

확실히 시야가 많이 넓어졌다. 성공한 스타트업이나 엑셀러레이터, 유명 벤처투자사(VC)를 만나니 세상이 정말 넓고 스케일이 크다는 걸 깨달았다. 더 넓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유튜브 공동창업자 스티브 첸과 이야기 나누는 강병규 제노플랜 대표

▲유튜브 공동창업자 스티브 첸과 이야기 나누는 강병규 제노플랜 대표

안상욱 : 해외진출도 노리나?

강병규 : 해외진출은 원래 생각하고 있었다. 생각만 막연하게 하던 차에 직접 해외에 와서 현실을 보니 두려움과 기대가 함께 생겼다.

안상욱 : 그림이 구체적으로 그려지면 뭔가 두려움을 극복할 방법도 깨닫지 않았을까?

강병규 : 그렇게 구체적이지는 않다(웃음). 퀄컴벤처스에서 말한 대로 일단 국내에서 성공하고 어떻게 해외에 나갈 수 있을지 고민해보려고 한다.

김동혁 노티보 대표 : 우리는 사실 갈등이 컸다. 한참 바쁜 시기에 와야 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그냥 돈으로 주지’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뽑아줬으니 고마운 마음에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와서 좀 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와보니 전혀 쉬는 게 아니었다.

원래는 피칭을 내가 안 했다. 그동안 공동창업자에게 맡겼는데, 내가 CEO를 맡으면서 이번에 미국 와서 처음 피칭해봤다. 해보니까 되더라. 원래 ‘나는 못 하니까 안 해야지’ 그랬는데, 해야 되니까 또 하다 보니까 늘더라.

나는 네트워킹 잘 모른다. 모르는 사람 만나면 밥 빨리 먹고 그냥 온다. 이것도 김진하 캐주얼스텝스 대표가 옆에서 조언을 많이 해줬다. 명함 받으면 e메일 보내서 얘기 계속 이어가고, 어떤 식으로 도움을 구하라는 식으로 다른 스타트업 대표가 좋은 조언 많이 해줘서 많이 배웠다. 처음엔 좀 시큰둥하게 왔는데 와서는 좋은 게 더 많았다.

글로벌 진출은 잘 모르겠다. 보통 한국에서 성공하고 와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패트릭 정 변호사가 얘기한 것처럼 한국에서 성공할수록 회사가 커져서 외국으로 나오기엔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적인 DNA가 회사에 많이 심어져 있을 테니까.

우리는 처음부터 미국 시장을 목표로 잡았다. 여기서 관심 있는 투자자를 만나면 뭔가 건질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그게 쉽지 않은 것 같다. 여기서 투자자를 많이 만난 것도 아니고 뛰어난 네트워킹 기술이 있거나 운이 좋은 게 아니면 미국에서 시드 라운드 투자를 받는다는 게 되게 힘들다는 걸 깨달았다. 예전에는 막연하게 미국 와서 투자 받아야지 생각했는데 여기 와서 현실적인 걸 많이 본 거다.

이강범 제노플랜 마케팅 팀장

▲이강범 제노플랜 마케팅 팀장

이강범 제노플랜 마케팅팀장 : 똑같은 의견이다. 방법론에 아쉬움이 있다. 좀 더 한 장소에 오래 머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구글 가면 자유로운 분위기이기는 하지만 분명히 시스템은 다 막아뒀을 거다. 누군 어떻게 일하고, 성과 KPI(핵심 성과 지표) 작성하는 등 보이지 않는 게 있을 텐데 그걸 충분히 볼 수가 없어서 아쉬웠다. 나도 관리하다 보니 우리 직원이 카페에서 일하거나 저기서 일하고 하면 도저히 통제가 안 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시스템이 많을 텐데 욕심 같아서는 그런 것까지 보고 싶었는데 못 본 게 아쉽다.

인테리어가 잘 돼 있다는 생각도 했다. 우리도 앞으로 잘 되면 화분도 두고 구글 못지 않은 회사를 만들면 재밌겠다는 생각도 했다.

이준호 프로미솝 대표 : 다 좋았다. 다들 공감할 텐데, 처음 글로벌 K-스타트업할  때는 기대감이 적었다. 정부 사업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오리엔테이션만 거창하게 하고 나면 끝일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오리엔테이션도 거창하지 않았고. 사업 진행하며 감동받은 적이 많았다. 자리 지정해주는 것부터 네트워킹 자리 잡아주는 것까지 멘토링이든 뭐든 받을 때마다 나한테 계속 e메일을 주더라. 피드백을 달라고. 그래서 적나라하게 피드백을 주면 그걸 바로 개선하더라. 덕분에 공무원에 대한 편견을 많이 깼다.

나는 팀원이 되게 적은데, 사무실에 대외관계를 담당하는 팀원 몇명을 둔 것 같아 든든했다. ‘이런저런 분 만나고 싶다’라고 하면 네이버 김상헌 대표도 만나게 해 주고. 이런 기회가 아니면 내가 어떻게 네이버 김상헌 대표를 만나겠나. 그때 인연이 닿아서 네이버 파트너센터장과는 지금도 연락하고 지낸다.

내가 글로벌 K-스타트업에 들어온 이유는 해외 진출 이거 하나다. 2012년도에 사업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새벽에 MBC에서 청년 창업 관련 다큐멘터리를 방송했다. 해외 VC도 만나고 네트워킹 모임도 하는 게 너무 부러웠다.

내 서비스는 한국에서 하지 말라는 얘기만 들었다. 어떤 투자도 못 받고 발전도 못 하기 때문에 다른 수익성 비즈니스를 돌리든지 유명한 독지가에게 지원을 받든지하는 게 아니면 한국에서 절대 안 될 거라는 피드백을 받았다. 그 프로그램을 보니 저거 하면 미국에 가서 뭔가 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어렴풋한 생각을 가졌다.

그래서 올해 비론치와 글로벌 K-스타트업 딱 두곳을 노리고 왔다. 둘다 해외 VC를 많이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론치에서 해외 VC 많이 만났는데 국내 VC와 반응이 완전 달랐다. 국내 VC는 ‘안녕하세요. 희귀병 환우 보호자를 위한 폐쇄형 SNS 서비스입니다’하면 ‘아예~’하고 간다. 그런데 해외 VC는 정말 꼬치꼬치 물어본다. 기존 폐쇄형 SNS와 어떻게 다르냐, 정말 자세하게 물어봐 주는 것만으로도 되게 고마웠다. 관심도가 완전 달랐다. 그래서 그 사람들 말이 맞구나. 밖에 나가서 어필할 기회를 얻어야겠다고 생각하고 글로벌 K-스타트업에 뛰어들어 운좋게 지금처럼 해외에 나올 기회를 얻었다.

나는 딱 한 사람을 만나러 왔다. 내 사업 지원해줄 수 있는 사람 한 명만 만나면 게임 끝이다. 사실 샌프란시스코에서 별 반응이 없었는데, 유일하게 느낌이 온 곳이 한국글로벌네트워킹 행사였다. 그 조명 어두운데서도 한명한명 다 보려고 햇는데 2~3명 정도 반응이 괜찮았다. 그 사람들이 끝나고 내게 말을 걸더라. 파트너십이나 다양한 얘기 오랫동안 나눴다. 지금도 e메일 주고 받고 있다.

어쩌면 이게 거품일지도 모른다. 실제 성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제 적어도 한국에서 내 사업은 절대 이런 게 일어나지 않았다. 이런 걸 봤다는 게 정말 좋다.

김동혁 : 여기 같이 와 있다는 게 영광이다. (웃음)

안상욱 : 김진하 대표는 어땠나? 그리고 온 그림과 직접 본 거랑 조금 다른가?

김진하 캐주얼스텝스 대표

▲김진하 캐주얼스텝스 대표

김진하 캐주얼스텝스 대표 : 기대를 별로 안 했다는 게, 미리 기대치를 정해두고 오기보다 그냥 직접 와서 어디까지 되는지 확인해보겠다는 마음으로 왔다는 쪽이 맞을 거다.

나는 작년에 정부 지원 프로그램으로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한번 다녀왔다. 그때 MBA 코스에서 스타트업 관련 좋은 강의도 듣고 했지만, 나머지 시간에 멘토 한 명이 계속 내가 필요한 사람을 연결해주고 미팅도 잡아줬다. 이게 진짜 좋았다. 당시에 전자상거래 관련된 모든 곳 다 만나보고 싶다고 해서 이베이 텔아비브 디렉터부터해서 다양한 스테이지에 있는 스타트업 여러곳도 다 만나게 해줬다. 그렇게 전체 스펙트럼을 다 만나보니 거기서 분명히 얻는 게 있었다. 전자상거래 안에서 일하는 분야는 다르지만 그런 얘기를 1시간 동안 독대하면서 들을 수 있던 게 진짜 도움이 많이 됐다.

여기도 프로그램 스케줄이 빡빡하기는 했는데, 최대한 만날 수 있는 사람을 많이 만나보려고 해서 굉장히 만족스러운 열흘이었다. 역시 스타트업하는 분들 만나면 가슴이 울렁거린다. 이러면 안 되는데. (웃음)

안상욱 : 텔아비브 얘기랑 연관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사실 글로벌 K-스타트업이 미국 와서 개인시간을 많이 주지 않았잖나. 아예 개별활동 못 한다고 못박은 건 아니지만 따로 접촉할 기회가 별로 없던 건 사실이다. 이런 점은 어땠나?

김진하 : 자유시간 개념은 아니지만, 스타트업에 해외 가서 만날 기업 4곳을 정해야 한다는 식으로 책임을 주는 게 좋을 것 같다. 개별적으로 만날 시간을 줄테니 의무적으로 미리 조사를 하든지 해서 만날 곳을 찾아두도록 하는 거다.

정상화 : 그런 걸 현지 네트워크와 미리 조율하면 좋을 것 같다. 예를 들어 우리는 실리콘밸리에서 게임업체를 많이 만나는 게 제일 좋은데, 우리가 연락하기가 쉽지 않다. 프로그램 일정도 빡빡하고.

나는 김진하 대표를 보고 많이 배웠다. 김 대표는 실속을 잘 챙긴다. 프로그램 보고 도움 되는 건 오지만, 자유시간 아니어도 사업을 위해 자유시간처럼 잘 활용하는 걸 보고 ‘아, 저래야 하는데’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다음 기수는 정말 만나고 싶은 회사를 미리 찾아두고 KOTRA나 KISA, NIPA든 지원 받아서 약속을 잡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김진하 : 내 말이 바로 그거다.

안상욱 : 샌프란시스코에 일주일 체류한다고 치면 이틀 정도는 개별적으로 현지 회사 찾아갈 시간을 줄테니 미리 조율해서 각자 필요한 현지 회사와 미팅을 잡아달라고 요청하는 식으로 구조화할 수도 있겠다.

김진하 : 그렇다. 미국 현지인이 항상 강조하는 게 네트워크다. 네트워크의 힘을 한국사람은 충분히 인지 못 하는 것 같다. 한국은 네트워크 만드는 데 굉장히 오래 걸리잖나. 여기는 정말 진도가 빨리 나간다. 진짜 2주만 계획을 밀도 높게 짜두면 굉장히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소프트뱅크벤처스 김동환 수석심사역과 한국 교육 체계와 맞물리는 지점이 있다는 얘기를 나눈 적 있다. ‘헬리콥터 맘’이라고 하잖나. 주변에 맴돌면서 이것도 먹고 저것도 먹고 골고루 먹으라고 입에 다 넣어준다. 이런 거 말고 여기 있는 것 중에서 네가 골라 먹으라고 좀더 자율적으로 하도록 유도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이준호 프라미솝 대표

▲이준호 프라미솝 대표

이준호 : 나도 공감한다. 나는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일을 하니까 미국에서 미국 고객 상대로 커뮤니티를 잘 만드는 사람이나 곧 커뮤니티가 폭발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만나길 원했는데 그게 힘들었다. 아까 미리 말해야 하잖냐고 얘기했는데, 나는 어떤 타이밍에 그런 말을 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웠다. 탭더모멘텀에서 프로그램 열심히 짜 왔는데 그런 얘기를 해도 되는지 조심스럽기도 했고.

예를 들어 오후에는 각자 다른 기업에 가서 미팅하고 저녁에 만나고 하는 식으로 날마다 해야 뭔가 진척도 생기고 후속 미팅도 잡혀서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하려면 오래 전부터 세팅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한국 정부 관계자라고 해도 실리콘밸리에 연이 없다면 쉽지 않을 거다. 그러니까 시간을 여유있게 두고 미리 준비해야 할 거다. 사전 조사 통해서 어떤 스타트업과 매칭할지 요청 받아서 매일 네트워킹 시간 잡으면 훨씬 구체적인 성과를 가져가는 팀이 늘 거라고 생각한다.

김진하 : 이런 게 있으면 좋겠다. 내가 왜 미국에 가야 하는지를 미리 얘기하게 하는 거다. 사업 발표도 있지만 1분씩이라도 나는 해외 나가서 누구누구를 만나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한다고 밝히게 하는 거다. 해외 평가단 참가하는 2차 심사 때. 그러면 지원팀도 구체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고, 주최 측도 프로그램 스케줄 짤 때 참고가 될 거다.

강병규 : 당연히 맞춤형이 되면 좋겠지만 예산도 있고 여러 한계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중간 정도로 합의점을 찾은 것 같다.

안상욱 : 조직문화에 대한 얘기도 나왔다. 시포 같은 경우 다른 건 다 제쳐두고 월 선적량 20%라는 목표 딱 하나에만 집중한다고 했다. 이런 식으로 경영 계획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할까는 것 뿐만 아니라 해외 스타트업 보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천영진 5시30분 공동대표(왼쪽)와 이준호 프라미솝 대표

▲천영진 5시30분 공동대표(왼쪽)와 이준호 프라미솝 대표

천영진 : 나는 이 프로그램에서 시포 얘기가 가장 감명 깊었다. 사업 경험이 미숙한 스타트업이 목표 하나에만 집중해서 일한다는 게 조직원이 추진력을 발휘하는데 되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안상욱 : 길트그룹은 어땠나. 권한을 위임한다는 얘기를 계속 하더라. 이런 조직 문화가 스타트업에도 귀감이 될 수 있을까?

김진하 : 우리는 기획자가 따로 없다. 기획자라는 자리가 한 사람이 가운데서 마케팅, 운영, CS, 개발, 디자인에서 할 생각을 미리 대신 해주는 역할이라면, 이런 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각 분야별 담당자가 거기서 최고 권한과 책임을 갖고 결정한다. 미팅에 모여서는 그게 최선인가만 질문하고 답하는 거다.

이런 원칙이 적용된 예가 CS(고객서비스)다. 본인 판단하에 가장 좋은 대응이라고 판단하면 그렇게 하는 거다. 배송이 잘못되면 ‘죄송해요. 제가 다음 배송료를 쏠게요’ 하고, 아니면 3번째 구매하는 사람한테는 선물 하나 더 넣어주기도 하고. 이런 것을 바로 할 수 있는 예산과 결정권을 위임하는 거다. 결과만 나중에 공유하고. 우리는 10명 미만 조직이니 길트그룹에 비할 바는 못 되겠지만, 우리도 우리만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조직 문화라는 게 처음 10명이 분위기 꾸리는 게 평생 가잖나. 이걸 알 고 어떤 식으로 일하는지도 계속 신경쓰려고 한다.

안상욱 : 강병규 대표는 어떤가? 농담삼아 이강범 마케팅 팀장이 화분만 보며 다녔다는 말도 했는데.

강병규 : 나는 제노플랜 말고 사회적기업도 하나 운영하고 있다. 처음 사회적기업에 뛰어든 이유도 사회적 공헌이라는 면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조직 문화 때문이었다. 어떤 사회적기업 스타트업을 만났는데 본인뿐 아니라 주변 사람, 특히 팀원이 행복한 분위기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사회적기업을 꾸렸다.

제노플랜은 사회적기업 형태는 아니지만 그래도 조직 문화는 비슷하게 가려고 노력한다. 팀원 모두 만족하고 행복하길 바란다. 실무적인 부분은 앞으로 다듬어갈 부분인 것 같다.

안상욱 : 노티보나 프라미솝은 어떤가? 아직 조직이 크지 않으니 ‘이렇게 만들고 싶다’고 구상하는 단계일 것 같은데?

김동혁 노티보 대표

▲김동혁 노티보 대표

김동혁 : 나는 잘 모르겠다. 아직 채용을 한 번도 안 해본 상황이라 조직을 말하는 것 자체가 희망사항일 뿐이다. 사실 내가 스타트업을 시작한 첫 번째 이유가 조직문화다. 내가 일하고 싶은 회사를 못 찾았다. 구글 다니는 친구도 많고 전에 일하던 회사도 편하고 복지도 좋았는데, 내가 진짜 원하는 건 다른 거였다. 개인이 주인의식을 갖고 업무에 뿌듯함을 가질 수 있는 회사를 원했는데 못 찾았다.

내가 팀을 만들면 이런 쪽에 집중 할 거다. 잘 하는 회사도 있다. 길트그룹 같은 회사도 그렇다. 개발자가 자기가 만든 부분을 배포하고 그것에 책임 지는 게 작은 부분이더라도 많은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모델을 따라하고 싶다. 주인의식 갖고 일할 수 있도록 믿어주고 진짜 일하기 좋은 회사를 만드는 게 목표다.

이준호 : 미국에 이번에 와서 배운 건 익히 듣긴 했지만,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한다는 거다. 미국 사람은 어렸을 때부터 열린 커뮤니케이션을 자연스럽게 하잖나. 부모와도 그렇고. 그런데 한국은 상하관계가 확실한 경직된 사회다. 이런 데서 살던 사람한테 “스타트업 들어왔으니 오픈하세요” 하면 되게 힘들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점은 오히려 한국에서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한국 스타트업 중에서 조직문화가 좋은 곳 통해서 한국형으로 점차 발전시킬 수 있지 않을까.

정상화 : 스타트업은 채용부터 고민이고 채용하고 나서도 고민이다. 항상 사람에 대한 고민이 끊이지 않는 것 같다.

조직문화에 대한 건 구글에서 한국 구글러와 점심 함께 먹으며 얘기한 게 기억난다. 구글이 스타트업 정신을 어떻게 이어가는지가 궁금했다. 어떻게 동기부여를 하느냐 봤더니 사실 이게 시스템이더라.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잘 갖춰놨고, 그 다음에 보상이 명확히 주어진다. 놀랍고 부러웠던 점이 구글 안에서는 한 단계씩 직급이 올라갈 때마다 철저하게 검증받고 올라가기 때문에 존경받을 수 있다는 거다. 한국과 전혀 다른 거다.

스타트업은 친분으로 시작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나도 평가받아야 하고 평가해야 하고 냉정하게 할 필요가 있는데 서로 친하고 함께 고생하다보니 좋게좋게 갔던 걸 좀더 냉철하게 해야 할 필요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채용 관련해서 김진하 대표와 술 마시며 했던 얘기가 충격적이었다. 문턱을 높여 그만큼 열정을 보이지 않으면 채용하지 않는데, 오히려 더 좋은 인재가 달려든다는 얘기였다. 역발상에 가까운 건데, 비전을 제시하고 여기 동참하면 이 정도 수준이 되는 사람만 받겠다는 목표 설정도 중요한 것 같다. 그러니 엄격히 채용하고 채용한 사람도 서로가 서로를 냉정하게 평가해서 조직이 크든작든 계속 쌓아가는 게 임무인 것 같다.

한국에 있을 때는 이런 생각을 잘 못했다. 눈 앞의 일만 보고 달렸다. 조직 철학 같은 쪽에 신경쓰기보다는 당장 지표 분석하고 이탈율을 어떻게 줄일지만 고민했다. 여기 와서 보니 부끄러웠다. 항상 ‘지금 우리 회사가 망해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열심히 하자. 즐기자’라고 얘기하면서도 그게 다가 아니라는 걸 배웠다. 여기서 느낀 걸 돌아가서 공유하면서 좀 더 크게 보고 싶다.

정상화 5시30분 공동대표

▲정상화 5시30분 공동대표

안상욱 : 한국에 돌아가서 앞으로 이렇게 해보고 싶다는 게 있다면?

정상화 : 지금까지는 막연하게 미국 시장, 글로벌 시장에 우리 제품이 맞는지 고민했다면 지금은 아예 미국에 좀더 집중해보고 싶다. 우리 제품을 좋아하는 사람이 진짜 환장하게 만들 수 있을 만큼 품질을 끌어올리면 좋겠다. 그래서 돈 벌고 일자리도 만들면 좋겠지.

이준호 : 오늘 뮤지컬 보면서 생각했다. ‘오페라의 유령’을 봤는데, 그걸 보고 나서 내가 계속 뮤지컬 얘기를 떠들고 다니더라. 정말 흥분해서 ‘이 장면 어땠어요. 그 노래 완전 감동적이었어요’ 하더라. 머리 속에서 잔상이 떠나지 않는다. 내 서비스가 딱 그랬으면 좋겠다. 글로벌 시장에서 먹힐 만한 서비스는 사람들이 보고 완전 미쳐서 옆 사람에게 ‘너도 꼭 해봐.’ ‘너도 빨리 이 서비스 들어와’ 얘기할 만한 제품이다. 기업가 많이 만나서 얘기 들었지만, 뮤지컬 보면서 이런 생각을 확인했다.

강병규 : 나는 여기서 배운 것보다 느낀 게 더 많은 것 같다. 여기서 느낀 감정을 더 오래 간직하면서 일하면 한국에서도 좀더 생산성이 올라가고 행복하게 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진하 : 스테이지와 분야는 달라도 이 분야에서 최고였던 사람을 만난 것 같다. 최고인 사람을 자꾸 만나면서 나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를 높일 수 있었다. 나보다 한발 먼저 나간 사람, 최고로 일하는 사람이 어떤 이들인지 직접 만나고 그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던 게 제일 좋았다. 그러면서 내 목표치도 좀 더 높이 잡을 수 있갰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김동혁 : 처음으로 대표 역할을 하면서 많이 배웠다. 앞으로 어떻게 하면 되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간다. 여기서 배운 경험을 갖고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열심히 해야겠지.

안상욱 : 늦은 시각까지 좋은 말씀 많이 해줘서 고맙다. 열흘 동안 수고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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